기욤 뮈소의 '사랑을 찾아 돌아오다'의 한 구절처럼 때로는 충동적이라고 느껴질 정도의 아주 단순한 선택이 최고의 결과를 가져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극히 합리적이면서도 통제되고 있는 이 질서의 세계 어느 한편에 마법이라도 존재하는 것마냥 말이지요.
왠지 낯이 익는 듯한 정면의 모습을 가득 담아 놓은 엘렌 그리모의 포스터는 제게 그렇게 다가왔습니다. 공연 시작을 불과 몇일 앞두고 무언가에 이끌리듯이 예매를 하고 바로 어제 그 공연에 다녀왔지요.
으레 그러하듯 저는 누군가의 공연을 앞두고 있을 때 그 아티스트의 앨범을 다시 꺼내 듣곤 합니다. 실황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동을 위해 미리 예습 및 복습을 해 두는 차원에서이죠. 그런데 이번 공연의 주인공이 엘렌 그리모의 경우에는 그야말로 완전한 초면이었던 겁니다. 소장 앨범도 전무했지요. 할 수 없이 웹의 힘을 동원하여 그간의 여러 연주 실황을 돌려 보고 짤막하게나마 그녀만의 색을 느껴 보려 했습니다. 그녀를 소개하는 해설은 대체로 일목요연합니다. 힘 있는 타건과 절제되고 지성이 묻어 나는 감성.. 그것은 웹을 통한 영상만으로도 충분히 가늠할 수가 있었습니다.
드디어 공연 날, 그녀는 검은색 투피스 차림으로 피아노 한대만 홀로 놓여 있는 무대로 걸어 나왔습니다. 이윽고 연주가 시작되었고 한 순간을 놓칠세라 청중은 귀를 기울였지요. 바흐의 소품으로 시작하여 거의 연타로 1부를 이어갔습니다. 타건도 타건이지만 도대체 저런 스테미너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싶더군요. 적어도 제 귀로는 완벽한 연주였습니다. 흡사 피아노와 동화가 되어 연주를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메조 템포가 일반적인 뉴에이지 피아니스트들의 연주와는 확실히 구분이 되더군요. 1, 2부 통틀어 가장 압권이었던 곡은 역시 부조니 편곡의 샤콘느였습니다. 이는 2008년 발매된 앨범 수록곡 중 하나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공연 직후 구입한 2009년 10월 발매의 Collection 앨범에는 수록되어 있지 않더군요.
연주가 끝난 후 이제는 예술의 전당 공연에 있어 어김 없는 행사(?)가 된 듯한 사인회가 시작되었는데, 호응도가 놀라웠습니다. 첫 내한 공연이었음에도 열기가 대단하더군요. 더더욱 놀라웠던 건 한사람 한사람에게 힘든 기색 없이 환한 모습으로 악수까지 청하는 그녀의 모습이었습니다.
키신에 이은 또 하나의 마음 속 별을 맞이하게 된 것 같아 흐뭇합니다.
늑대애호가이자 환경운동가로서의 그녀의 모습에도 찬사를 보내며 최근 국내에도 발간된 기행문인 '특별수업'이라는 제목의 서적도 조만간 읽어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다음 포스팅은 아마도 '특별수업'에 대한 감상 후기문이 될 것 같습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