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24일 금요일

NHK 에 어서오세요 - 타키모토 타츠히코

N.H.K. 에 어서오세요.

책 제목이다. 새로 개장한 리브로에서 구매한 책 중 한 권의 책.

 

이쁘장한 표지에 무언가 신선할 것 같은 주제를 예상하고 순도 90%에 가까운 충동구매로 읽게 된 소설. 검색 중 알게 된 것이지만 원작은 소설이지만 이 소설을 기반으로 한 만화, 애니메이션이 유명하다고 한다. 기회가 된다면 그것들도 볼지 모르겠지만 전체적인 내용을 알게된 지금으로선 글쎄..;;

 

역시 일본소설이다. 오덕후적인(?) 뉘앙스가 아니다. 하여튼 무언가를 하더라도 기발하고 상식의 틀을 깨부수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일본 특유의 문화상품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작품이다.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무언가 이상하다, 이거 뭐지, 헐 이런 소설이 다 있나 하고 몇번이나 되뇌였는지.

 

내용을 요약하면 간단하다. 이런 소설이 대체로 그러하듯 비중있게 다루는 부분은 전체적인 스토리라기보다는 매 상황에 대한 섬세한 묘사와 그것을 이용한 감정(?)의 전달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은 갈 데가 없을 것 같은 히키코모리의 순수한 사랑이야기라니..

 

진정한 히키코모리라면 오히려 이 책은 위험(?)할 수도 있다.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이야기를 너무도 그럴듯하게 써내려가고 있으니까. 자칫 감수성 풍부한 히키코모리가 잘못 읽으면 안되지 않을까 하는 쓸데 없는 생각을 책을 덮으면서 잠깐 동안 해 보았다.

 

역시 인간이 가지는 콘텐츠 제작의 한계는 적어도 인간이 보기에는 아직 먼 것 같다. 이런 소설이 생산되고 팔리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렇다고 그저 상상력의 객기에 치우친 소설이라 치부할 수만도 없는 것이, 히키코모리는 엄연한 현실 내 사회적 현상이고 그 자체가 무거운 이슈이자 풀어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가볍지 않은 주제를 나름대로의 색과 렌즈를 통해 그려 내고 있는 이 작품이 가지는 의미 또한 절대 무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2009년 7월 16일 목요일

미술관의 쥐

 

'미술관의 쥐'

극장에서 티켓을 끊고 여느 때처럼 들렀던, 아니 항상 가던 그 서점이 아닌 어느새 중고서적 전문점으로 바뀌어 있던 그 곳에서 무엇인가에 이끌리듯 시선이 갔던 책.. '미술관의 쥐'. 제목을 보는 순간, 그 언제였던가 스쳐 갔던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 필시 초면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 때도 아.. 어떤 내용일까 하고 잠깐 궁금해 했지만 그냥 그렇게 지나 보냈었던.. 바로 그 제목이 마치 운명처럼 다시 내 눈 앞에 놓여 있었던 것.

작가는 미술학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는 추리소설 전문작가라고 한다. 이름을 어렴풋이 들었던 적은 있지만 그의 작품을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반전영화의 시나리오 각본을 보는 듯한 도입부를 지나 중반에 이르렀을 때 즈음, 무언가 중언부언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아니, 그런 느낌이 들게 할 정도로 무언가를 꼭꼭 숨겨 두려고 하는 그런 모양새였다고나 할까. 하지만 여느 추리소설들이 다 그러하듯, 초반에 일어난 거대한 사건들을 계기로 파헤쳐지는 스토리의 전개 속에서 한개 두개 주어지는 시그널들은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시키기에 충분했다. 폭풍우라는 의미의 '템페스타', 베네치아파 회화전으로 시작되는 사건의 실마리 등, 그것들을 둘러싸고 있는 의혹들의 실체.

 

중반을 지나 이야기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도무지 연결될 것 같지 않았던 여러 시그널들은 서로 교묘하게 연결되어 간다. 등장하는 사실상의 모든 캐릭터들을 모두 내 나름대로의 수사 선상에 올려 놓고 관찰하는 묘미, 추리소설이 주는 매력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은데, 이 소설에서 조금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그런 면에 있어 극 중 범인(들)의 색깔이 살짝 평이한 편에 속하는 것 같았다고나 할까.

 

그들만의 얼룩진 카르텔을 심도있게 해석하고 비판한 것은 아닐지라도, 그 무언가에 대한 순수성을 되돌아 볼 수 있게 하는 결말에서의 그 마지막 '원고'는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분야를 막론하고 어지러운 현세 속에서 하루 하루를 쫓기듯 살아 가다 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잊어버리게 되고 마는 그 것. 그래서 우리들에게 '초심'이라는 단어는 늘 그렇게 뭉클하게 와 닿는 것이 아닐까.

2009년 7월 15일 수요일

인사동 스캔들 (2009)


근래 들어 한동안 잊고 있다가 다시금 관심을 가지고 탐닉 중인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미술' 이지요. 자연스레 책, 전시회, 그리고 영화 등등 기존의 취미 영역에 이 미술이라는 소재가 번져 들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던 중 이전에 개봉했을 당시 꼭 봐야지 했다가 잊고 있던 '인사동 스캔들'이 문득 떠오르더군요. 생각난 김에 주말 시간 이 영화를 보았습니다.

 

제목에서 풍기듯이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범죄스릴러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입부부터 무언가 예사롭지 않다고나 할까요. 전개 속도도 꽤 빠른 편이고, 거의 빈틈 없이 시간이 지나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공교롭게도 앞서 후기를 쓴 '오감도' 에서 주연으로 등장했던 배우 엄정화가 이 영화에서도 주연을 맡았군요. (여담이지만, 엄정화.. 정말 잠 잘 시간은 있나 모르겠습니다. 영화에 드라마에 앨범 작업에.. 개인적으로 부럽다는;;)

 

 

김래원의 능글맞은 연기와 더불어 만화틱하면서도 간간히 재치있는 대사가 버무려진 한편의 잘 만든 한국영화라는 생각입니다. 꼭 그림에 관심이 없다 하더라도 무언가 시나리오로 승부를 보는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한번 쯤 볼만한 영화가 아닐까 싶네요. 네이버 평점을 보니 8.10 으로 되어 있던데, 글쎄요. 저라면 8.50 정도는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자세한 줄거리는 혹시 안보셨는데 앞으로 보실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 스포일링 방지 차원에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그만큼 재미있게 보았다는 뜻도 되겠지요? ^^

 

 

2009년 7월 13일 월요일

영화 '오감도' 관람 후기

 

연초에 잠깐 뜸하다 싶더니만, 출장 복귀일을 시작으로 아주 주말마다 영화보기에 폭~ 빠져 있습니다. 그리하여 지난 주엔 '오감도', '인사동 스캔들'.

그 중 5편의 에피소드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는 '오감도'.

어느 블로거의 말마따나 괜한 홍보 문구가 되려 사람들이 등을 돌리게 하고 있는 것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런대로 '괜찮은' 영화였네요.

 

한눈에 반하는 남녀의 심리 묘사에 어우러진 독백처리가 돋보였던 1st Episode.

'6년째 열애 중' 에서 잠깐 등장해 주었던 차현정이 그 때와 비슷한 어감으로 주연을 맡았는데, '미쳤어..' 그 부분은 '6년째 열애 중' 의 그것과 Syncro율이 99% 더군요. 참고로 나쁜 뜻 아님. : )

 

어렸을 때 보았더라면 뭐 저런 문란한~!! 했을지 모르겠지만, 세상의 때가 묻은 건지 순수함이 옅어진 건지 그냥 모든 전개가 너무 자연스럽더라는. ;;

 

2nd Episode '나 여기 있어요'.

본격적으로 제대로 오감을 열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뭔 소리를 하는 건지 이해가 힘들어진다는 것, 아니 그냥 여는 정도가 아니라 오감 간의 유기적인 연동이 필수일 듯. 그거 안되면 재미 없을지도..;;

전형적인 잔잔, 슬픈 스토리. 간만에 볼 수 있는 남자 주연이었고, 분위기가 묘한 여자 주연이었다는.

 

3rd Episode '에너지를 주세요??'.

나름 반전이었다. 거기서 갑자기 왠 뱀파이어. 헐. ;;

처음은 영 불편하게 시작했지만, 마지막 역시 다분한 컬트 분위기로 끝낸 에피소드.

 

4th Episode '끝과 시작'.

개인적으로 가장 난해했던 에피소드. 이건 한 세번 정도는 돌려 봐야 이해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단, 세번은 커녕 다시 보고 싶은 생각 조금도 안든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

그래도 엄정화의 연기는 좋았다라고 얘기해 주고 싶네요.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엄정화는 어떤 배역을 맡든 진짜 그 배역의 실물같아 보이는 연기를 하는 듯. 감탄에 감탄. 몇 안되는 좋아하는 연기자 중 하나.

 

5th Episode '누가 뭐래도 그 또한 그들만의 사랑'

소재가 고교생 스와핑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볼 때는 그런 거 안중에도 없었다는..;;

쟤들이 고교생이든 대학생이든 관심 밖이었으니까 말이죠. 이름이랑 얼굴이랑 매치시켜 가면서 보느라 어지러웠다는. 여섯 명씩이나 나와서는 짝 바꿔가며 이리저리 대사를 던지고 있으니 이거 뭐 중간에 pause 시키고 싶었던 순간이 여럿 있었네요..;;

 

역시 배우들 하나하나가 두드러졌던 에피소드. 꽃남으로 그나마 인지도가 살짝 올라간(?) 정의철. 원래부터 유명했던 김동욱. 그 외에 이성민, 신세경 등등. 특히 김동욱은 나이가 몇인데 고등학생 역할을..;; 게다가 다들 전혀 어색해 보이지 않았다는 것에 충격을..;; (개인적으로 김동욱이 자꾸 맘에 들려고 하는데 이것 참. 왜 이래. 난 남자란 말이다.)

 

전체적으로 관객이 가지는 사고의 유연성을 자극하려고 한 흔적이 보입니다.

더불어 나름 호화롭다면 호화롭다고 할 수 있는 다양한 배우들. 그런대로 감칠맛 났던 연기들.

이만하면 멀티플렉스를 벗어나 오랜만에 다시 찾은 구식 극장 지하 상영관에서의 관람이 괜찮았다 말할 수 있지 않을런지.